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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자전거

나의 자전거 스토리, 변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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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자전거 이야기를 기록해 두려 한다. 
나이가 들어가면 갈수록 옅어지는 기억이 추억마저 삼켜버리려 한다. 
잊어버리기 전에 이렇게 기록해 두면 어떨까 해서 올려본다. 

지금으로부터 13년 전 일이다. 내 기억으로는 자이언트니 트렉이니 이런 유명한 브랜드는 촌에서는 찾아보기 힘들 때였다.
기껏해야 삼천리자전거 알톤자전거 생활자전거가 전부였고, 혹 가다 동네 뒷산을 오르다 보면 유명자전거를 타고 다니시는 분들이 몇 명 있으셨다. 
 그런데 자이언트라는 매장이 생기고 2011년 4대 강 사업이 완공되고 낙동강 주변으로 자전거 부대가 엄청 생겨났다. 
난 2006년부터 사업을 시작하여 2008년 리먼사태 이후 잘되던 사업이 조금씩 힘들어지기 시작했고, 여러 이유로 인해 많은 손실을 보면서 술로 날밤을 세우기도 하고 대인기피증 같은 것도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2010년경 몸무게 90kg에 육박했고, 허리둘레는 38인치, 얼굴은 나날이 호빵맨이 되어가고 미간에는 내천자를 항시 달고 다녔고 누군가 툭 치기만 해도 터져버릴 것 같은 시한폭탄 같은 존재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어린 나이에 시작해 승승장구만 할 줄 알았던 사업도 가족같이 지냈다고 생각한 직원들도 한순간 꿈처럼 안개처럼 흩어져 버렸다. 지점에서 나온 건강검진 바우처가 있어 검사를 했더니 아주 안 좋은 결과만 나왔다. 
  고혈압 약하고 당뇨약을 먹으라고 의사가 권했다. 솔직히 귀에도 들어오지 않았고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다. 
 어머니가 몇 살 되지 않은 우리 애를 등에 업어 키웠고, 배우자, 동생 할 것 없이 회사일에 가담시켜 부담감은 나날이 널어만가고 이러다 죽을 것 같아 시작한 것이 운동이었다. 
 처음 시작한 것은 동네 헬스장이었다. 아침저녁으로 잡생각만 나면 달려가 무념무상의 경지에 이르기까지 열심히 했다. 젊어서인지 1년 정도 했을 때 예전몸을 되찾을 수 있었다. 
 몸무게는 75kg 정도를 유지했고 허리둘레와 체지방도 많이 줄었다. 
자신감이 생기고 활력이 생기고 죽으라는 법은 없었다. 밑바닥을 찍고 사업도 조금씩 나아져 갔다.
 
2012년 봄쯤이었던 것 같다. 
4대 강 때문일까? 유난히 길에 mtb자전거가 많이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자이언트 매장에 구경하러 갔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자전거와 옷, 가방, 클리슈즈, 헬멧등 모두 구입한 뒤였다.  그 당시 사진이 있으려나 하고 찾아보니 남아있는 사진이 있어 올려본다.

자이언트 XTC 알루미늄 바디에 XT구동계 26인치 휠베이스에 무게는 대략 12~13킬로 나가지 않았을까? 이 자전거가 나의 생애 첫 MTB자전거였고 이걸 1년 동안 열심히 타고 다녔다.

이사진 찍은 날 기억으로는 처음으로 장거리 100Km 이상 타고 힘들어 죽을 뻔했던 기억이 난다. 
 

2012.9월 MTB대회 첫 도전이었는데 그렇게 힘들이지 않고 재미있게 탔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이 자전거로 국토종주로 부산하구둑까지 갔었다.

2013년경 카본 자전거를 타고 싶어 프레임과 핸들바를 교체하고 휠을 그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끈 펄크럼 레드메탈제로 휠로 교체했다.

프레임 데칼하고 휠색이 매칭이 잘 되어 인기 있었던 모델이었다.

2014년까지 인천에서 출발해 못다 한 국토종주를 마지막으로 자전거를 잠시 쉬었다.
건강상의 이유였던 걸로 기억된다.

우연한 기회에 지인을 통해 자전거를 팔게 되었고  그 이후로는 자전거생활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2019년 친구와 같이 타기 위해 MTB자전거를 구입하게 되었다.
스페셜라이즈드 하드테일 에픽프로 풀카본이었고
10킬로 무게에 그 당시 거금을 주고 산 기억이 있다.

MTB로 친구와 한동안 즐겁게 탔다.
그 와중에 코로나가 터지고 자전거는 없어서 못 사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코로나 때문에 나갈 일이 줄어들고 추운 겨울에 밖에서 타는 것도 한계가 있어 실내 즈위프트를 하기 위해 로드와 탁스네오를 구입했다.

마침 매장에 상태 좋은 2018년식 트랙에몬다 6 매물로 나와있어 즈위프트용으로는 좀 과하다 싶었지만 밖에서도 타려는 생각에 구입했다. 이 트렉 올라운드 자전거는 기계식 울테그라 구동계였고, 휠은 노바텍 R3 카본휠이었고, 페달, 후미등, 물통 달고 7.2Kg 정도로 가벼운 자전거였다. 공기 좋고 맑은 날에 이 녀석을 타고 달리면 mtb 탈 때랑 또 다른 세계가 열렸다.  
코로나동안 번갈아가면서 즐기면서 탔다.

그러다 함께 MTB구매했던 친구가 일취월장해서 콜나고 V3RS라는 로드를 구입하게 되었고 로드를 탈 수 있는 나이가 많이 남지 않았다는 생각도 들어 이참에 기함급 로드를 주문하게 되었다. 스페셜라이즈드 에스웍스 타막!!

이때가 2022년 여름에서 가을 넘어가는 시기였다.
  에스웍 타막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기존 MTB를 처분하고 트렉 로드도 팔아야만 했다.
집에 자전거 세워 둘 곳도 없거니와 당시 할인도 되지 않아 용돈 모아놓은 게 한계가 있었다. 
MTB는 바이크셀에 내놓자마자 팔렸다.

주문한 타막은 오지 않고 기다림의 연속, 지루함의 연속. 기약 없이 기다리라는 말에 라이트 브라더스에 중고매물로 올라온 콜나고 C64를 구매하게 되었다.
동서형님이 콜나고 C60을 타고 계셨는데 비슷한 모델이라  같이 가서 보고 구매했다.
시마노 울테그라 신형 전동구동계 외에는 모두 최상급이었다. 휠도 DT SWISS 최상급 모델이었고 무게도 아시오마 파워미터를 달고도 7.4Kg로 괜찮은 수준이었다.

 이 자전거를 구매결정하게 된 것은 그래도 감성은 콜나고다라는 말이 있듯이 클래식하면서도 모델이 매년 바뀌지 않고 희귀성도 있었기 때문이었고 포카차 때문에 콜나고가 더욱 인기가 있어져 괜히 이걸 타면 뒤에서 누가 밀어주듯이 갈듯한 느낌 때문이었다.

 막상 타 보니 정말 세단같았다. 앞서 트렉 에몬다와는 정말 달랐다. 

휠이 최상급에다 림이 두꺼워서 항속력이 좋아지고 구름성이 너무 좋아 크게 힘들이지 않고 가는 느낌이었다. 

무엇보다 전동구동계의 신세계는 말로 표현하기 힘들정도로 편했고 좋았다. 

이건 기계식 타다가 전동식을 타보면 바로 느껴질 것이다. 그리고 시마노 전동식이 슬램보다 좋은 점이 그립감이다. 

손이 작은 나로서는 촥 감기는 시마노구동계가 훨씬 좋았다. 

이 자전거가 이젠 마지막이다라고 다짐했는데 그것도 잠시 겨울이 다가오니 또 MTB생각이 났다.
이럴 줄 알았으면 팔지 말걸. 
그즈음 예전부터 타보고 싶었던 비앙키 메탄올 SX매물이 올라와 직접 가서 보고 구매하게 되었다.

MTB를 시작하고 2013년경 천만원이 넘는 비앙키 MTB를 타시는 분들만 보면 선망의 대상이었다. 

나에겐 언젠가부터 성공하면 비앙키를 사겠다는게 무의식에 남아 있었나 보다.

젊은 날 한때의 추억이었지만 막상 보니 거절하기 쉽지 않았다.

풀 XTR사양에 핸들바와 스템은 에스웍스 최상급, 휠은 DT SWISS 최상급이었다.  무게는 9Kg 

딸과 배우자의 말을 빌리자면 " 그렇게 다시 우리 집은 자전거 지옥이 되어 버렸다. "

그리고 이 와중에 중고장터에 올려놓은 트렉에몬다가 팔리기 되었다.

기존 스마트로라 탁스에 콜나고 디스크버전을 장착하려다 보니 호환킷 없이는 장착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마침 동서형님이 실내훈련용 바이크를 구매하시면서 기존에 있던 실내훈련용 로드를 가져가 쓰라고 하셨다. 그렇게 트랙에몬다의 빈자리는 후지로 메꿔지게 되었다.

5~6년 공백은 있었지만 나의 자전거 스토리는 멈추지 않고 계속 진행 중이다. 
나의 삶 역시 이와 같이 계속 진행형이다. 
어느듯 중년의 나이가 되고 지나간 것에 대한 후회와 미련도 있고, 남은 인생에 대한 걱정과 노후에 대한 대책도 있어야 되겠지만 무엇보다 현재의 나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을 주기위해서는 무엇인가는 해야된다는 것이다. 운동이든 무엇이든 나를 움직이게 하는 게 절실히 필요하다.

 

자덕이라고 하는 분들의 발끝에도 못 미치겠지만 이렇게 자전거를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스토리를 남겨본다. 이 글이 누군가에게는 좋은 정보로 같은 동년배에게는 동질감으로  누군가에는 조그만 희망의 불씨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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